자녀 진로의 길에서 어닐링(annealing)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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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2-02-03 09:52 27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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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수 (한국코치그룹 마중물(협) 이사)

2021년 10월에 만난 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의 코칭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의 의뢰로 모 진로교육지원센터에서 코칭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아들이 고2인데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을 안하고 있어요. 공부는 하고 있는데, 뭘 하려는 지 모르겠어요. 답답해요.’라는 말로 그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어머니께는 ‘학생과 대화를 하는 동안 다른 곳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부탁을 했고, 학생과 1시간 넘게 코칭대화를 했습니다.
학생은 어머니의 말처럼, 정말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왔습니다. 코칭대화의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이 미래로 가는 길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동이 일었습니다. 학생은 스스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고 추상적이라한 반면, 꾸준함과 추진력 등이 부족하다 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꾸준하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한 진로를 어디로 어떻게 잡을까에 대해서는 계속 방황 중이라 했고, 진로 정보와 직업에 대한 탐색을 보다 깊이 하고 싶답니다. 이 마음을 가족에게는 말을 안 하고 있답니다. 가족에게 말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코칭이 끝나고 어머니와 학생이 함께 한 자리에서, 어머니는 정말 ‘빨리 결정과 그에 따른 공부’에 마중물이 부어지길 희망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의 역사에서, 빠른 경제 발전, 부의 축적을 우선시하는 생활 방식해 익숙하다 보니 부모들은 화목한 가정생활을 고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청소년들은 대학 입시에 필요한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친구들을 경쟁 관계로 인식하다 보니 협력이나 교우 관계, 나아가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생각을 못 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출세가 최고의 목표로 되었습니다.
요즘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산업화시대의 진로관, 즉 ‘메뉴선택형 진로’에서 어떤 직업에도 적응할 수 있는 ‘미래핵심역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일할 사람이 되어야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라 말합니다. ‘AI 시대에 인성이 경쟁력이다.’, ‘머리를 넘어 가슴으로 사는 세상’라는 문구도 만들어졌습니다.
미래 준비와 이를 위한 인격형성에는 시간이 걸리며 서두르면 안 됩니다. 이를 표현하는 것으로 ‘어닐링(annealing)’이라는 것이 있는데, '리더의 비유'(한근태 저) 책에서의 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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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가공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퀜칭(quenching)이다. 우리 말로 '담금질'이다. 온도를 놀렸다가 찬물 등에 갑자기 담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단해지기는 하지만 깨지기 쉬운 물성을 갖게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어닐링(annealing)이다. 우리말로 '풀림'이다. 가열한 뒤 서서히 식히는 방법이다. 어닐링을 하면 내부 균열이 없어지고 결정 입자가 작아서 전연성(展延性 : 얇게 펴지는 성질)이 높아진다. 담금질한 금속에 비해 훨씬 강한 성질을 가지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격 형성, 좋은 습관 들이기, 다이어트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퀜칭보다는 어닐링에 가깝다. 갑자기 먹은 밥은 잘 체하고, 급하게 뺀 살은 다시 불기 쉽지만, 공들여 쌓은 탑은 오랜 세월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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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중요한 것은 갑자기 완성품이 되어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빨리 진로와 직업을 선택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찍 진로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엔 다양한 많은 진로와 직업이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낯섭니다. 섣부르게 선택한 진로에 모든 것을 걸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와 상처로 훨씬 더 긴 길을 돌아가게 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현실입니다.


성찰질문

1. 자녀의 진로에 대해 자녀와 어떤 대화를 하셨습니까?
2. 자녀는 부모님께 어떤 말 하기를 불편해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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