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의 정서를 외면할 때 골목길에서 방황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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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감성코칭 연구소 대표 정하윤 (2021.06.09.)
골목길에 한 아이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빤히 쳐다보면서 긴장 된 얼굴로 울먹인다. “무슨 일 있니?” 라고 물었더니, 억지로 올라오는 울음을 참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엄마가 나를 내 쫓았어요. 집에 갔는데 현관 비번이 바뀌어서 못 들어가요.”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다보니 많이 늦어버렸단다. 속이 상한 엄마가 내린 벌이었다. 아홉 살 난 아이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일하는 중이라 끊으라고 하고, 어디로 갈지 몰라 골목을 헤매고 있었다. 나도 딸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늦은 귀가로 속상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집 앞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어서 늦게 서야 문 열어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같은 부모로서 어머니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도 되었다. 그런데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예전의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볼 수 없었던 험악한 일들이 가끔 일어나는 요즘, 혹시 이 아이가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를 안정시켜놓고 일단은 112로 신고부터 했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었지만 부모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에 그럴 수가 없었다. 아이는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데, 두려움 때문인지 받아보라고 하는데도 끝까지 받지를 못한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며 아이와 얘기를 했다. 이번이 두 번째이고, 부모의 돌봄이 어려운 상태란다. 부모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자녀훈육이라는 이유로 자녀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되는 어려운 시대, 그래서 부모노릇하기 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와 부모가 처음이라 자녀양육에 대한 훈련 없이 마주한 상황이 내 아이의 정서까지 헤아리기 어렵게 한다. 위기의 아이들의 아동학대 어디까지 일까?
안타깝게도 아동학대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문화적·종교적 가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아동학대를 정당화하기 위해 수세기 동안 장애아동을 사망케 하고, 가정에서의 징계권을 유지해 왔다. 오늘날 부모 등 양육자에 의해 계속되는 아동에 대한 학대는 폭력의 맥락에서 아동을 교육하고 훈육시키려는 훈련받지 못한 어른이 한 행동의 결과이다(황옥경, 2020). 또한 부모에 의한 정서적 학대 및 방임은 부모와 아이가 가정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는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코로나로 실직을 하거나 임금이 밀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가정이 늘어나면서 그 스트레스가 죄 없는 아이들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신동아, 2020.06.30).
또한 부모가 아이의 정서를 파괴하는데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거부하기·고립시키기·겁주기·타락시키기 등이 있으며, 거부하기는 아동의 가치와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 하며, 고립시키기는 아동이 정상적인 사회적 경험을 못하게 하고, 또래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막으며, 아동이 세상에 자기 혼자뿐 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겁주기는 언어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아동을 겁주거나 위협하며 아동이 세상은 적대적이고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아동이 자극을 받고, 감정적 성장을 억누르거나 지적 발달을 못하게 차단하며, 타락시키기는 아동이 파괴적 행동이나 반사회적 행동, 일탈 행동을 하도록 장려하고, 정상적인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한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아이가 안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부모교육이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국민의 인식 변화와 국가의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성찰질문
1.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인식되어지고 있는가?
2. 우리아이는 정서적 지지를 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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