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기 전에 먼저 아이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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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영남서울대학교 박사6기,엄마의질문수업 저자)
대학병원 의사인 은진 씨는 어릴 때부터 모범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부모님 말씀을 한 번도 거스르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늘 본보기가 되는 그야말로 ‘엄친딸’로 성장했다.
꿈이었던 의사도 되었고 특별한 듯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1남1녀를 둔 워킹맘으로 분주한 삶을 살아간다. 퇴근하면 아이들 숙제를 봐 주고, 공부를 가르쳐 주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특히 초등학생인 첫째는 은진 씨 어릴 때 모습과 같이 모범생으로 엄마가 신경 쓰지 않아도 제 할 일을 스스로 척척해낸다. 하지만 은진씨는 둘째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첫째와는 다르게 매사에 부산스러웠다. 책상이나 식탁에 똑바로 앉아 학습지를 풀거나 공부하면 좋을텐데 앉혀 놓으면 얼마 되지 않아 어수선한 행동을 하거나 장난을 쳤다. 그럴 때마다 은진 씨는 아이를 바로잡으려 경고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했지만 그 순간뿐 결국 그런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아이가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듯한 뉘앙스로 열변을 토했다.
“코치님,이런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얼핏 보면 ‘별일도 아닌 일 가지고 호들갑이네’ 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은진씨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매일 반복되니 스트레스일 것이다. 자신은 과거에 그런 적이 없었고 첫째도 자신을 똑 닮았기에 더욱 둘째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은 책상에 앉으면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연필을 바르게 잡고 30분 이상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질문했다.
“은진씨가 생각하는 7살 아이의 아이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어서 ” 은진씨가 7살 때 부모님이 훈육할 때 감정과 모습이 기억나시나요?” 은진 씨는 이내 한숨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네...”
둘째의 모습은 당연히 7세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은진씨 자신이나 첫째 아이와 달리 활발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향의 둘째를 책상과 의자에 가두어 두려 했던 것이다.
하루종일 엄마와 떨어졌다가 저녁에 잠시 만나는 아이는 엄마와 공부하는것보다 상호작용이 우선이었을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엄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아이를 말어 넣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깨달음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환경이나 경험,가치관,가족이나 부모 친구등으로 인해 패러다임이 평성된다. 패러다임은 어떤 상황에서 나의 행동이나 표현 등을 결정짓고 행하게 한다. 마치 그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고 선택인 듯 인식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예전에 지하철을 탈 때 표를 사서 타야 했다. 그곳에는 큼지막하게 ‘표 파는 곳’이라 쓰여 있었다. 은행ATM기 위에는 ‘현금 인출기’라 쓰여 있었고, 버스가 서는 곳을 ‘버스 정류장’이라고 불렀다. 여전히 이 단어가 익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표 파는곳, 현금 인출기, 버스정류장’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가 아닌 제공하는 공급자 중심의 관점이다.
이것을 이용자 관점으로 본다면 ‘표 사는곳, 현금 출금기, 버스 승강장’으로 바뀌어야 더 자연스럽다. 양육도 마찬가지다. 익숙하지만 깨지못하고 있는 패러다임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을 가뒤 놓거나 무궁무진한 자녀의 잠재력을 차단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엄마의 입장이나 관점에서 자녀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녀와 대화를 하면서 나와 의견이 다를 경우 ‘그게 아니라 엄마말은...” 이란 말이나 아이가 말하는 중간에 말을 끊고 “그러니까 엄마 말은 말이야” 하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물론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 자녀와의 대화는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을 하고 싶다면 엄마의 패러다임을 잠시 접고 “아,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듣고 보니 이해가는 부분도 있네.” ,“그러 수도 있겠네.” 와 같이 자녀의 생각과 입장도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견을 엄마가 수용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녀도 엄마의 의견을 들여 보고 싶은 자세로 바뀌게 된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자녀의 사고가 확장디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기반이 이뤄지게 된다.
앞으로 부정은 긍정으로, 문제에서 가능성으로, 원하지 않는 것에서 원하는 것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코칭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이며 건강한 코칭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엄마가 꼭 실천해야 하는 기본이기도 한다.
성찰 질문1 : 부모로써 버려야 할 패러다임은 무엇인가요?
성잘 질문2 : 그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나와 자녀에게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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