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면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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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코치님,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오래전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분으로부터 전화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말도 잘 듣고 순종적이기만 했던 중2 아들때문이란다. 어느날처럼 학교 다녀온 아들에게 엄마로서 몇마디 충고도 하고 성적향상을 위해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이 아들이 갑자기 거실에 있는 물건들을 뒤엎고 “제발, 나좀 가만 두면 안돼요!”하고 소리를 지르더란다. 평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반항적인 모습에 엄마는 너무나 놀라서 가끔 다니던 기도원에 가서 2박 3일을 고민했다고 한다. 왜 아들이 저렇게 한 순간에 변했는지 알 수가 없어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코치인 내가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분과 몇 회기의 코칭대화를 통해 결국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공부를 무척이나 잘해서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지만 대학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아버지는 이 딸에게 적잖이 실망을 했다. 그리고 재산을 동생에게만 물려주고 돌아가셔버렸다. 이후 결혼을 했으나 남편과의 삶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이때 아이가 생겼고 이때부터 이분은 아이에게만 매달렸다. 학교 일이라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녔고 없던 모임까지 만들어서 아이에게 올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아들의 이런 돌출행동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아들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돌아선 것이다.
결국 이분과의 코칭대화의 결론은 나를 위한 삶을 살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분은 코칭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후 전문코치가 되어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서 조그마한 교육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지금도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이후 아들도 훌륭하게 성장을 했고 남편과의 관계도 회복되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자기다움을 회복하자 모든 가족구성원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엇이든 통제하면 언젠가는 잃게 되어 있다. 그러니 통제하지 말자. 특히 자녀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자녀는 어릴 때는 양육과 보호의 대상이다. 하지만 자녀가 성장하면서 인격적 대화가 가능해질 때부터는 대화의 대상이다. 한 존재대 한 존재로 만나 그가 가진 고민과 아픔과 목표를 위해 코칭식 대화를 해주는 부모가 되자. 끝까지 자녀를 통제하여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통제를 당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는 순간 부모를 배반한다. 이런 배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가슴 아픈 배반인 자살로부터 도피성 해외유학이나 일부러 지방 전근을 간다든지, 최대한 부모로부터 물리적으로 멀리 멀리 떨어지려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애초부터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면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녀는 통제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애정, 그리고 대화의 대상이다.
성찰질문
1. 자녀를 한 존재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무엇을 보면 나도 역시 자녀를 통제하려는 에너지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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