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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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은 염전을 하셨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신안소금을 생산하신 분들 중 한 분이다.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들의 심부름을 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시원한 물 주전자 배달을 했고 조금 커서는 세참을 배달 했고 중학생이 되면서는 직접 염전에서 소금 내는 일을 도와드렸다.
염전일은 도깨비 일이라는 말이 있다. 비만 오면 그동안 만들어 놓은 소금물이 빗물에 희석이 되어 아무 쓸모 없이 된다. 그래서 비가 오면 뛰어다녀야 한다. 빨리 물을 거두어 들이고 소금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다가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면 다시 모다 두었던 소금물을 염전에 수차를 활용해 퍼내야 하는데, 우선 빗물에 의해 바닥에 생긴 흙뻘들을 깨끗이 청소를 해야 한다. 이 일이 무척이나 고되고 힘들다. 그리고 나서야 소금물을 염전에 다시 채운다.
아침 일찍 나가서 염전일을 하고 들어오신 부모님들은 낮에는 다시 논으로 밭으로 나가서 농사일을 하신다. 농사일과 염전일을 동시에 하셨던 우리 부모님은 남들이 하는 일의 두배를 하신 셈이다. 물론 고달프기는 우리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가기전에 밭에 나가서 고추를 딸 때도 있고 녹두를 딸 때도 있고, 하기 싫었지만 부모님의 일손을 돕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부모님을 도우면서도 열심히 공부했던 나는 고등학교를 광주로 가게 되었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대학을 왔는데, 그 사이 우리 집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리 시골집 바로 옆집은 그 지역 일대의 부농이 살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대문이 있었고 그 대문을 따라 쭉 들어가면 우리 동네에서 최고 넓은 마당이 있고 방도 여러 개에 아무튼 몇 개 마을을 합해서도 제일 크고 근사한 기와집이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들이 그 집을 샀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새삼 우리 아버지와 어머님이 달리 보였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배웠는지 나도 근면성실한 편이다. 남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나누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배워서 그런지 내가 가진 것을 나눌 때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 우리 아버지는 말수가 없으신 분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뿐 어디서나 목소리를 높이거나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신 것을 본 적이 많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온 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분이다. 한 번도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괜찮은 편이었는지 자랑하신 적이 없다. 내가 알기로 젊으실 때 소금을 해서 많은 돈을 벌어 고향섬으로 들어가셨지만 사기를 당해 몇 년의 재판 끝에 승소는 했지만 남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그 후 새롭게 시작해서 성공을 하신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아버지가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이 아닌 아버지의 뒷모습을 통해 배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성찰질문
1.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의 뒷모습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2. 자녀가 우리를 통해 무엇을 배우기를 기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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