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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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1-08-21 21:55 1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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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경 옥
ICF코리아챕터 감사, 전문코치(KPC), 광신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버츄 FT.

주말 오전 10시, 진노랑 물이 뚝뚝 듣는 듯한 우람한 은행나무와 온통 은행잎 지천인 사진 한 장이 ‘톡’으로 전해왔다. 하던 일을 멈추고 보니 지역행사를 알리는 소식이었다. 11시 반까지라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지체없이 집으로 향했다.

노오란 가을의 생생함을, 사랑하는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잘 따르는 손녀 우연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다른 손주들은 할머니의 가을다움 체험 선물을 받기 싫은 듯...

‘교촌리 경로당 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해온 공예인 김**의 수강생 작품전시회가 있었다. 작가들은 70이 넘으신 어르신들의 시화 전시회장이었다.

어떤 행사를 하든지 날씨, 장소가 반타작이라는 말이 있다. 행사장 환경이 참으로 훌륭했다. 늦가을 볕을 배경삼아 680년 수령의 은행나무(나무둘레 7.2 미터)와 비자나무(둘레 4.5미터)가 향교 마당에 옹골차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은행잎 가득한 향교 뜨락과 파란 하늘, 마당 한 켠에 옹기종기 모여서 훈훈한 웃음을 짓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그리고 이젤에 전시된 시화들 속의 추억의 이야기들, 마음 따뜻한 어느 화가의 수채화 한 폭이다.

우연이도 그 장관에 눈이 휘둥그래지며 ‘할아버지 은행나무’라고 이름을 붙인다.

고려시대 때부터 이어진 역사적인 향교의 향기로운 공간에서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곁에 잠시 앉았다. 각자의 시에 담겨진 이야기를 들어드리니 좋아라 하신다.  
20여 개의 이젤에 시와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데 구경꾼이 너무 적어서 궁금증이 일어났다. 이유인즉, 코로나사태가 하 수상하여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라고 자부하는 나에게 조차 당일 아침에야 전화를 했으니 그럴 법도...

일어서서 손녀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향교를 나서는데 “할머니, 문구점 들려도 될까요?”말문을 튼다. “아, 우연이가 문구점에 가고 싶구나. 어떡하지, 사무실에 들러서 면담을 해야 하는데...” 잠시 후, “내일, 일요일 점심 무렵에 잠시 다녀올까?” 순간 상황을 직시한 우연이는“네”라고 담하여 흔쾌히 합의했다.

높푸른 가을하늘 아래, 아티스트데이트를 할 수 있었던 수령이 오랜 은행나무와의 만남, 어르신들의 시작전시회 관람, 문구점에서 구경과 손녀와의 잔잔한 대화를 나누면서 떠오르는 글귀가 있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로버트 먼치의‘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그림동화 속에 나오는 어머니의 노래이다. 부모의 사랑도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성숙되어져야 함을 알려주는 그림동화이다.

주일 아침 줌으로 코칭 워크샵 수업준비(9:30~18:30)를 하고 있는데‘톡’하고 급히 올라온 소식, ‘직원 모친의 별세 소식’내일이 발인임을 확인한 순간, 어떡하지? 오늘 조문이라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추가된 것이다. 점심시간 1시간에 전날 손녀와 약속한 문구점 동행을 하려 했는데, 어쩌나!

부서장과 톡으로 오고가는 교신 끝에 1시간에 두 가지 프로젝트 시간 조율에 성공하였다. 순간긴장이 풀리고 곧바로 심호흡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문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점심시간에 집을 나서 주차장에 도착하자, 마침 부서장일행 차량도 들어선다. 손녀는 차에 두고 영안실에 들어섰다. 코로나 19로 한산한 영안실 분위기가 낯설지는 않다. 오랜 병치레를 하신 망자의 가족들의 아픈 마음이 담긴“ 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라는 등, 상주들의 다소 긍정적인 분위기를 눈빛으로 옹호해 드렸다.

짧은 조문을 마치고 나와서 차에서 기다려 준 손녀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문구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묻자 우연이가 응답했다.

   “우연이는 무엇을 사고 싶을까요?”
“만들기 재료요”이어서“동생들은 어제 안 따라가서 안 사줘도 된대요. 엄마가”
   “아, 그랬구나. 우연이 마음은 어때요?”
“……”
   “우연이가 동생들 문구도 사다주면 동생들이 누나에게 무어라 할까요?”
“음, 좋아 할 것 같아요.”
    “그럼, 동생들에게 사다주고 싶은 문구가 있어요?”
“네.”
   “동생들에게 선물을 사다주려고 하는 우연이는 어떤 우연이에요?”
  한참을 깊이 생각하더니
“너그러운 우연이요. 동생들을 사랑하는 우연이요.”
   “아, 너그러운 우연이, 동생을 사랑하는 우연이, 멋지구나.”
“……”말없이 예쁜 미소를 짓는다.
   “할머니가 어제 우연이랑 했던 약속을 지키니까 기분이 어때요?”  
차에서 내리며 우연이는 쑥스러워하며 멋진 말을 던졌다.

“할머니가 우연이를 존중해주어서 기뻤어요.”

으쓱하며 앞장서서 문구점에 들어서는 우연이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쇼핑바구니를 들고 동생들 문구를 고르느라 한참을 고민하던 우연이는 셋째와 넷째를 위해 호루라기 두개와 둘째를 위해 자석을 샀다. 만들기 두 개를 산 우연이의 더 넓고 깊어진 마음을 헤아려본다. 나는 일요일 저녁식사 후 손주들 그림 잔치 후에 있을 풍선 놀이용으로 새로운 다자인의 풍선을 샀다.

일요일 저녁식사 후 손주들이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릴 채비를 하였다. 우연이는 ‘가을하면 이것이지’,‘울긋불긋 단풍잎’, 둘째는‘숲’, ’은행잎‘ 각기 두 장씩을 그리고 풍선 6개를 받아서 그림 왕이 됬다. 셋째, 넷째는 그림 한 장씩을 그리고 풍선 세 개씩을 받아갔다. 그림을 거실 하얀 벽의 각자 원하는 곳에 근사하게 붙여주었다. 18개의 색색의 갖가지 모양의 풍선들이 아이들의 손에 들려서 거실과 서재, 주방을 휘돌아 깔깔거리며 온통 축제분위기가 되었다.

우연이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스마트폰의 사진 속의 은행나무를 동생에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 그려낸 둘째의 은행잎 한 장과 노란 배경이 참 인상깊다. 우연이에게 아름답게 다가온 ’할아버지 은행나무‘가 둘째에게 전해져서 분신인 은행잎이 그림으로 태어난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순수한 아이들이다.          

아이는 성격이 없이 태어난다. 다만 성장과정을 통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모여 성격이 된다. 이는 어떤 사람과 어떤 경험을 하며 성장하느냐가 곧 성격을 만드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다.      -임종렬의 모신(母神)-

성찰질문1: 나는 오늘 누군가의 관점전환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성찰질문2: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사람과 상황과 일을 맞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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