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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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 옥
ICF코리아챕터 감사, 전문코치(KPC), 광신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버츄 FT.
명절을 앞둔 주말 오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연장으로 5인 이상 사적모임 자제와 코로나 방역안전에 철저하게 협조해달라는 보건소장님의 공식적인 당부전화까지 받고 마음이 착잡하다. 벌써 1년여 기간 동안, 병원에서는 24시간 빈틈없이 방역에 여념이 없다.
가족문화에도 변화가 있다. 설날 전후로 휴일이 있지만 시댁의 사남매가족들, 친정의 오남매 가족들도 모이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 또한, 아들네 손주가 넷으로 그 가족만 해도 6명이니 말이다. 명절 등 기념일이면 손주들, 조카들, 형제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미리 준비해온 선물을 나누고 대화하며, 은연중에 세대 간에 가족문화가 형성되어 왔을 터이다.
고향을 찾는 마음, 가족 친지들을 기다리며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 장면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훈훈하다. 다만, 자라나는 손주들에게 소중한 생활학습의 장이 생략된 것에 마음이 안타깝다.
평소에도 가족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하지만 원근각지의 가족들이 모이는 기회에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울 수 있는 교학상장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기념일, 상례, 제례, 특히 즐거운 명절에 모였을 때는 주제가 확실한 동기 하에 세팅된 아주 훌륭한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책상머리에 앉아서 이론으로 배워도 몸으로 체득한 경험은 보다 소중하다. 특히 일상에서 소소한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많은 정보가 저장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어갈 조짐이다. 성인보다 아이들에게서 앗아간 경험의 기회들을 되찾지는 못해도, 교사나 부모는 상황에 맞게 새로운 버전으로 준비는 해야 할까 싶다.
예를 들면 일상의 사소한 일정들을 이벤트화하여 촘촘히 생각해보고 세밀하게 계획해 보는 작업들, 마인드맵으로 생각을 펼치고, 양식을 만들어 멋진 계획서를 완성, 실행환경을 만들고, 실행력 체크도 해보는 것 또한, 재미날 것이다.
사소한 일들이란 가장 가까이 선물로 받은 365일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분해보고 1월부터 12월, 기념일, 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오후 등 세분해서 특별한 사물이나, 사람, 책, 취미, 놀이계획 등이 함축된 ‘내 생애 최고의 해’ 삶의 계획서를 즐겁게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각 세대별로 다르겠지만 아이들도 학령에 맞게 구상할 수 있도록 시간의 크기를 정해서 부모가 함께 일상을 담아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실행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손 편지, 감사메시지, 계절별, 연도별, 기념일별 동영상을 만들기 위한 사진 찍기, 사진 고르기, 등 세세한 과정들을 함께 참여하여 실행이 되면 축하하고 보상해주는 것까지 명기하면 금상첨화가 되리라.
기억을 돌이켜보면, 어릴 적에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각각의 실천행동에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참 잘 했어요’ 동그란 도장도 찍어주고, 선물도 주며 축하해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 칭찬받았던 좋은 추억들이 우리들의 내면에 든든한 자신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1년이라는 큰 그림을 12개월로 소분하고 또 다시 7일로 소분하거나, 기념일별로 세부적인 계획들을 무궁무진하게 펼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창의적인 과제를 백지에 그리고 12색 색연필로 색을 입혀가면서 좀 더 즐겁게 준비하면 어떨까 싶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에 따르면 영아기에서 죽음까지 전 생애에 걸친 발달이론을 제시한다. 1단계. 신뢰 대 불신단계, 2단계. 자율성 대 수치와 회의 단계, 3단계. 주도성 대 죄의식 단계, 4단계. 근면 대 열등감단계, 5단계. 자아정체감 대 역할 혼미단계, 6단계. 친밀감 대 고립감 단계, 7단계. 생산성 대 자기침체단계, 8단계. 자아통합 대 절망단계가 그것 이다.
하루가 그냥 하루가 아닌, 영아기에는 신뢰감이 생기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주고, 유아기에는 자율성이 생기도록 칭찬해주고, 아동기부터는 스스로 삶을 주도하고, 약속한 계획을 지키기 위해 약간 긴장하며 좀 더 부지런해지도록 인정해주고,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삶에 이름도 붙여서 정체성을 다지도록 격려해주기로 하자. 성인이 되면 마음이 끌리는 사물이나 사람, 자연에 마음을 얹어서 더욱 친밀해지고, 자신의 일에 대해 성과를 측정해보고, 노인기에는 매일 누군가에게 기여하며 살 것인가를 가늠해보는 좋은 잣대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자신의 삶의 가치에 대한 신뢰와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의식 상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삶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라며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가 운명을 실현하는가 아닌가를 결정한다는 영적 교사 ‘에크하르트 톨레’의 메시지를 보며, “오,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라고 탄성을 터트린 연금술사의 말을 ‘내 생애 최고의 해’를 잘 보낼 나 스스로에게 미리 선물로 증여해 본다. (끝)
성찰질문1: 나는 오늘 할 일의 우선순위1,2,3,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
성찰질문2: 나는 나의 계획을 경청하고 격려해줄 코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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