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청(Tune-in, Tune-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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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후(우송대학교 IT융합학부 교) 2021.02.05
act 1.
꽤 오래 전에 개봉된 영화 중 프리퀀시라는 영화가 있다. 어느날 주인공은 우연히 무전기의 주파수를 맞추다 30년 전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교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막게되는 과정을 그린다. 주파수를 잘 맞추면 과거와도 교신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act 2.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아침 9시가 되면 혼란스럽다. 같은 시간에 CBS음악방송에서는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진행되고, KBS 클래식FM에서는 “김미숙의 가정음악”이 진행된다. 스타일과 음악 선곡 색깔이 다르다 보니 오늘은 어느 방송을 들을 지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라디오는 주파수를 맞춘 방송만 들려준다. 혼란스럽지 않다. 그러나 듣는이는 그러하지 못하다. KBS의 음악을 들으면서 CBS의 곡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라디오는 KBS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데 나의 귀는 CBS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귀로 소리는 들어오지만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act 3.
경인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거의 30여개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방송은 한 개 이다. 동시에 여러가지 방송이 들려오면 소음이 된다. 소음은 연결이 아니다. 경청도 이와 같다.
자녀와의 대화에서 자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자녀에게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Tune-in). 온전히 맞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수신기는 자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경청 주파수 조절장치는 너무 연약하여 작은 자극에도 쉽게 주파수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화 중 떠오르는 생각들, 소음, 나의 생각, 판단, 답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로 인해 나의 주파수는 자녀로 부터 벗어나게 된다(Tune-out). 그 순간 자녀는 목소리는 수신처를 잃고 허공을 헤메며 공허한 메아리를 남긴다. 공허한 메아리는 다시 자녀에게로 돌아가고 연결은 끊어진다.
코치로서 Tune-in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에게 안전한 코칭 공간을 제공하고, 내러티브의 더 깊은 영역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어떤 때는 고객에게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Tune-in에 고착되어 고객의 감정에 동조하고 거기서 부터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Tune-out을 통해 잠시 빠져나와 고객에게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Tune-in으로 주파수를 맞추어 고객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는 Tune-in, Tune-out을 동시에 할 수 없다. 동시에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미 Tune-in이 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une-in과 Tune-out은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찰질문:
나는 주파수를 Tune-in할 때와 Tune-out할 때를 아는가?
나는 자녀의 얘기에 Tune-in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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