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믿고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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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향(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21. 1. 27.
동료 교수 중 한 명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싫어요. 대학 졸업 때까지 과외를 받아서 공부라면 이제 징글징글합니다.”
당시 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아마 그분은 부잣집 자녀였던지,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도 평생 과외라고는 경험한 바 없는 나와 달리 대학까지 과외를 받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공부가 질색인 그가 대학 교수라니, 나는 그의 인생이 참 딱해 보였다.
부모가 자녀를 교수로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교수가 되고 나서는? 스스로 원하지 않은 삶의 자리에 서게 된 일에서 본인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어차피 인생은 스스로 해결해가야 할 마라톤 시합 같은 것이다.
나의 늦둥이 아들은 어떤가?
이제 중3이 되는데 방학내 공부를 안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학원은 토요일에만 한번 가고, 일어나서 게임하고, 책 조금 읽고, 공부 조금하고, 잠자고, T.V보고...를 반복한다. 딸 때와는 다르게 내 마음에 조바심이 일어난다. 다른 아이들과 상대적 비교도 하게 되고... 그래서 뭔가 아들에게 대화를 시도해보면 다 실패다. 결국 잔소리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의 통제이고.. 쉽지 않다.
나는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비문학, 문학 관계없이 관심가는대로 읽고 있다. 국어는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다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를 시작하고, 헬스 트레이너에게 개인지도를 받아보니 뭔가 새로움 배움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신나 한다. 지난 학기에 하다만 피아노를 하고...요즈음 요리를 배워볼까 하고 있다.
이것으로 충분한 듯 하다. 물론 아이가 코로나 속에서도 학원을 날마다 가고, 공부만 하고 바른 생활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언제나,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럴 수는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체동력으로 움직여야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찾아낸 흥미와 관심, 새로운 학습에 박수를 쳐주고, 성장을 지원하는 일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재촉보다는 기다림이 아이와 부모를 좀 더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성찰질문:
1. 당신은 재촉하는 부모인가? 기다려주는 부모인가?
2. 아이에 대한 신뢰도 점수는 몇 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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